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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동행(同行), 보훈 섬김이 활동을 돌아보며

따뜻한 동행(同行), 보훈 섬김이 활동을 돌아보며

경기남부보훈지청 섬김이 김문순

엄마와 딸이 쇼핑하는 모습, 엄마와 딸이 다정하게 식사하는 모습은 내가 좋아하는 풍경이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신 탓일까? 어르신들을 보면 왠지 정감이 가고 애들이 크면 어르신들께 조금 이나마 봉사라도 하고 살리라 생각하던 중에 보훈지청에 입사하여 어르신들을 만나 뵐 수 있었다.

 

25개월 ... 꽤 많은 어르신들이 길고 짧은 인연으로 스쳐 지나갔다.

전쟁이란 막연히 무섭고 공포감 정도로만 생각한 나.. 하지만 내가 상상했던 그 이상으로 전쟁 후 고통과 아픔 역시 컸다. 내가 주기적으로 찾아뵙고 있는 김 00 어르신은 지금도 전쟁의 후유증을 앓고 계셨다. 혈혈단신 남한으로와 가정을 이루시고 오로지 자신만을 믿고 사셨다한다 .

 

처음 어르신 댁을 방문 했을 때 나라에 대한 원망과 낯선 사람에 대한 공포랄까, 말은 부드럽게 하시면서 경계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어르신 뵙기를 한번 두번 점점 횟수가 늘어갈수록 어르신은 마음을 조금씩 여시는 듯 보였다

 

그러던 어느날 회사의 요청으로 관리규약서에 사인을 해달라 했더니 당연히 해줘야지하시며 사인을 해 주셨다. 그 다음 방문 때 어르신은 고백할게 있다며 사인해 준것에 대해 불안하여 보훈청에 전화해서 확인 했다며 "내가 살려면 상대방을 죽일 수밖에 없는 전쟁"의 상처로 인해 아무도 믿지 못하는 의심병이 생겼다며 용서해 달라 울먹거리시는 어르신을 보니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앞으로는 섬김이 말을 무조건 믿겠노라고 약속까지 하시며 미안함을 전하셨다.

 

또 다른 어르신 두 분의 이야기도 떠오른다. 어르신 두 분이 연세가 높은 관계로 식사 준비 하는 것조차 힘들어 하셔서 도와 드릴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복지관에 전화해 전후 사정을 얘기하고 식사배달 요청을 했더니 조건이 안 맞아 해당사항이 없다 하였다. 아쉬운 마음에 또 다시 전화하여 어르신의 경제적 딱한 사정과 신체 여력을 설명하고 재차 부탁했더니 조사 방문 후 식사배달을 해 주기로 결정이 났다.

 

마치 우리 가족의 일처럼 기뻤다. 나머지 두 끼는 반찬배달 서비스를 알아봐 소개해 드렸다.

복지관에 나가셨을 때 복지관 선생님들이 언제가 제일 행복하냐고 묻더란다. 어르신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지금" 지금이 인생에 있어 제일 행복하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이유를 물으니 섬김이가 와서 안부를 묻고, 세상살이 맛 알려주지, 보훈청과 주변에서 관심 갖고 도와주지 하니 나라에 대한 원망도 사라지고 더 이상 바랄게 없다 하셨다.

 

때론 힘들게 하는 어르신들로 인해 뜬 눈으로 밤을 세운적도 있고 울기도 했다. 하지만 힘든 분 보다는 고마워하며 반겨 주시고 섬김이 얼굴을 보면 힘이 생긴다고 말씀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나 또한 힘이 나고 힘을 내 본다.

 

오늘도 날 기다리는 어르신들을 향해 파이팅을 외치며 발걸음을 가볍게 옮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