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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뉴스

박근혜 대통령 '2013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회의' 기조연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 도착한 박근혜 대통령은 개막 전야 행사인 최고경영자(CEO) 서밋 기조연설에서 "창조경제가 한국뿐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가 상호 개방과 협력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혁신의 패러다임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대통령의 연설 원고 원문입니다]

 

위슈누 와르다나(Wishnu Wardhana) 의장님과 CEO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세계경제가 위기를 넘어 '복원력과 성장'을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는 이 때에 아태지역 경제를 이끌고 계신 CEO 여러분과 함께 '혁신'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매우 의미있게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CEO 여러분, 세계경제는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국제공조를 통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낮은 성장률과 높은 실업 그리고 불균형 성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경제의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원인을 흔히 금융위기(financial crisis)의 후유증에서 찾고 있지만, 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오늘날 혁신의 속도가 산업혁명 이후 약 250년간 지속되어 온 빠른 혁신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세계경제 정체의 근저에는 혁신의 정체가 깔려있다는 지적입니다. 금융위기(financial crisis)가 아닌 혁신위기(innovation crisis)가 세계경제 침체의 근본원인이라는 것입니다. 금융위기론과 혁신위기론 중 무엇이 옳은지를 가려내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습니다.

 

세계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원천은 혁신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글로벌 위기 이후 각국이 시행해 온 경기부양정책은 심폐소생술 같은 역할은 할 수 있지만,아픈 곳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고 활력을 되찾게 해주지는 못합니다. 혁신만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끊임없이 창출하며 일자리를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CEO 여러분, 한국은 전쟁의 폐허에서 불과 반세기만에 산업화를 이뤄내어 '한강의 기적'을 만든 나라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했던 혁신을 통해 시련과 위기를 발전의 기회로 만든 것이 한강의 기적을 이룬 원동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세계경제의 저성장 기조와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한국경제도 지금 저성장과 청년실업의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는 혁신을 통한 새로운 경제부흥 전략으로 '창조경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창조경제는 경제주체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과학기술과 IT를 접목하고 산업과 산업, 산업과 문화의 융합을 촉진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한국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란 노래가 뉴미디어인 유튜브를 만나,짧은 시간에 세계 17억 인구에게 즐거움을 선물하면서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이나, 사양길로 접어든 서커스에 다양한 스토리와 음악, 무대장치 등을 융합해 새롭게 탈바꿈시킨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도 창조경제의 좋은 예입니다.

 

창조경제는 기존경제와 비교할 때 두 가지 큰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기존경제는 땅에서 광물자원을 캐내어 경제를 발전시켰다면, 창조경제는 사람에게서 창의성을 끌어내어 경제를 발전시킵니다. 그런데, 창의성이라는 자원은 광물과는 달리 아무리 끌어내어도 고갈되지 않고,환경오염과 같은 부작용도 없으며, '수확체감의 법칙'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창조경제에는 '성장의 한계'가 없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둘째, 창의성이라는 자원은 자본이나 광물자원과 달리 모든 나라,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보편적으로 내재해 있기 때문에 불균형 성장을 극복하는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개도국의 빈곤퇴치나 선진국의 취약계층 지원은 SOC나 사회안전망 확충에 치중해 왔지만,

 

앞으로 빈곤층이 창의성 계발을 통해 자립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면 '포용적 성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CEO 여러분, 창조경제의 잠재력과 기대효과는 무궁무진하지만,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장벽이 있습니다.

 

첫째는 규제의 장벽입니다. 기존의 규제 체제는 산업별로 칸막이를 치는 '업종별 규제'를 근간으로 하고 규제방식도 '원칙 금지, 예외 허용'의 포지티브 규제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낡은 규제 프레임은 창조경제의 핵심인 융복합과 신기술, 신산업의 탄생을 가로막습니다.

 

한국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규제를 '원칙 허용, 예외 금지'의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융복합과 신산업 창출을 가로막는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해 나가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금융의 장벽입니다. 창조경제 비즈니스는 신아이디어(New Idea), 신기술(New Technology), 신산업(New Industry) 등 '3新(Triple New’s)'을 바탕으로 하고,창업·벤처기업이 비즈니스를 주도합니다. 그러나, 창조 비즈니스는 경제적 가치평가가 어렵고 고도의 위험이 수반되기 때문에 기존 비즈니스보다 금융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특히 금융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개도국의 경우,창업·벤처기업이 신아이디어로 신기술 개발에 성공하고도 자금부족으로 사업화에 실패하는 현상이 창조경제의 큰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 한국 정부는 융자에서 투자로 자금조달구조 개선, M&A 활성화, 기업 성장단계별 맞춤형 금융정책 제공 등 창업.벤처 자금생태계의 선순환을 촉진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세번째는 교육의 장벽입니다.기존 교육시스템은 각 분야별로 분절화되어 있고,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통해 표준화된 지식을 갖춘 표준형 인재를 배출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런 교육은 표준의 창조적 파괴를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융합형 창의인재를 길러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교육시스템의 혁신을 위해 학문간·전공간 칸막이를 낮춰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창년창업 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획일화된 스펙이 아닌 다양한 능력과 열정으로 인재를 선발하는 스펙초월 채용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경의 장벽입니다.닫힌 경제에서는 창조경제가 발전할 수 없습니다. 세계경제와 끊임없이 기술·금융·인력을 교류하며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추구해야 창조경제가 가능합니다. 국가간 경제교류를 가로막는 제도적·문화적 장벽은 창조경제를 가로막는 가장 높은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세계 각국과 FTA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강력한 개방형 혁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CEO 여러분,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은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추구하면서인프라를 건설하고 과학기술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개방과 공유, 협력·소통을 핵심가치로 삼아 정부가 보유한 공공데이터와 지식자산을 개방해혁신의 씨앗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전문가 멘토링을 통해 사업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사이버 공간에 '창조경제타운'을 오픈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창조경제가 한국뿐만 아니라,세계 모든 국가가 상호 개방과 협력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혁신의 패러다임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앞으로 한국은 창조경제를 향한 노력을 계속해 가면서 우리의 경험을 세계와 공유해 갈 것이고, 특히 개도국들의 창조경제 역량 제고를 적극 지원해서세계경제가 '복원력과 성장'을 향해 나아가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저는 개도국의 창조경제 수요를 기반으로 혁신과 개발모델을 전수하고 역내 동반성장을 함께 실현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아태지역 경제는 역동성과 활력으로 세계경제의 위기 극복에 크게 기여해 왔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혁신으로 세계경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아태지역 경제를 대표하시는 CEO 여러분이 모인 이 자리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며,혁신과 창조경제를 위한 풍성한 결실을 얻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