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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짧고 아쉬운 교도소 체험

▲ 새에덴교회 소강석목사 

 

 지난 화요일은 아가페 소망교도소 개소식에 다녀왔습니다. 아가페 소망교도는 아시아 최초 민영교도소입니다. 그런데 한국교회가 이것을 준비하고 개소하는데 16년이나 걸렸습니다. 이처럼 큰 사역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한국교회가 이만만큼 부흥을 했다는것입니다.

 

이 일에 앞장을 서신 조용기목사님 김삼환모사님이 역시 역사의식이 있고 진정한 한국교회 지도자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일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올인을 하셨던 김승규장로님이 참 위대하게 보였습니다. 아가페 소망교도소는 처음에 한기총에서 준비해서 김대중 대통령 때 국회결의를 통해 허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이교도소가 들어오면 안된다고 민원을 내고 반대를하는 거예요, 그래서 지역발전기금과 장학금을 주면서 주민들을 설득하였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을 설득한 후 막상 건물를 지으려고하니까 돈이 필요한 것입니다. 돈 때문에 공사가 중단되기도 하고... 이런우여곡절 가운데 드디어 준공을 해서 개소식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교회 사이즈로 보면 더 많이 해야하는데 1억 밖에 후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아무 직책이나 자리도 없는데도 1억을 하는 것은 적게 한 것은 아닙니다.

 

어떤 교회는 우리보다 더 큰교회인데도 직책이나 자리가 없다고 우리 보다 훨씬 적게한 곳도 있고, 어지간한 중대형교회인데도 불구하고 일원 한 품도 안 낸 교회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한국교회를 섬기는 마음으로 정말 아무 조건 없이 한것입니다. 그래도 적게 낸 것이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뿐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빚이 많으니까 내년에도 더 많이 섬겨야 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개소식에 참석을 했습니다. 그런데 저한테 교도소 측에서 배려를 하면서 교도소 체험을 하고 싶으면 전날 독방을 하나 주겠다는 것입니다.

 

저에게는 너무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저는 언제부턴가 교도소에 한 번 가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곳에 핸드폰도 통화가 안 되고 일체 면허도 거절한 채 기도하고 성경을 보며 하나님과 조용하고 깊은 내면적 만남의 시간을 갖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읽고 싶은 책도 원 없이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그럴 정도로 제 삶이 바빠진 것입니다. 그런데 전날 저녁은 광주에서 목회자 세미나가 있어서 못 갔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날 새벽에 출발을 해서 마침내 교도소장의 안내로 독방에 입소(?)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독방에 들어가서 제가 너무 실망을 했습니다. 너무 방이 좋은 것입니다. 화장실도 수세식으로 되어 있고 어지간한 여관방 같았습니다. 그래도 마음대로 다닐 수가 없고 자유가 없으니까 감방은 감방이었습니다.

 

거기서 앉아서 기도를 했습니다 “하나님, 제가 죄수가 되어서 들어왔습니다. 제가 들키지 않아서 그렇지 내면적인 청문회를 한다면 저도 죄인 중의 괴수입니다. 저는 누구보다 교만죄를 지었고 때로는 로마 병정이 되어 주님을 몇 번이나 죽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 역시 인간의 연약한 본성으로 흔들리는 죄인일 뿐입니다. 하나님의 법으로 볼 때는 저도 얼마든지 이곳에 와서 살아야 될 사람입니다. 그래서 제가 자원해서 왔습니다.”

 

그리고 몇 분이나 지났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제 모습이 유리창으로 다 보이니까 사람들이 노크를 하면서 면회를 신청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문을 안 열어주었는데 한국교계의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분들리 “소목사님하고 감방 동기가 되고 싶어서 왔다”고 하면서 노크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주면 어떤 분은 아예 몇 십 분을 주저앉아서 애기를 하고 가는 것입니다. 그렇잖아도 평소에 전화 통화도 안 되고 만나기도 힘드니까 이참에 만나보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아예 등을 다른 쪽으로 돌려 버렸습니다.

 

유리창 쪽에다 등을 보이고 기도를 하고 집중해서 성경을 보았습니다. 그 때문득 마누라 생각이 나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여보, 나 독방에 죄수 신분으로 구금되어 있어, 아무 일 없도록 기도해 달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답장이 왔습니다. “여보, 기왕에 들어갔으니 기도 많이 하시고 꼭하나님 만나고 오세요. 제가 오후에 두부 사 가지고 면회 갈게요.“ 그러고 있는 순간에 또 누가 와서 문을 두드리는 겁니다. 조용기목사님이 오셔서 저를 찾으신다는 것입니다. 조목사님이 찾으신다니 당장 가서 인사를 하고 이어서 개소식 감사예비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개소식 참석 전에 조용기 목사님과 김삼환 목사님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소목사는 너무 잘 처신하고 있는 거다.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자기 명예를 얻고 감투나 직분이 있는 데서는 돈을 쓰지만 아무 조건 없이 섬기고 이렇게 개소식에 참여하는 것이 너무 아름답다. 요즘 소목사 같이 바쁜 사람이 없는데 특별히 와서 독방 체험도하고 예배에 참여하는 것이 너무 아름답다. 진짜 지도자는 이렇게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섬겨야 된다. 그래야 나중에 진짜 지도자가 된다.”

 

 

저는 정말 무언가를 바라고 한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더 많이 했어야하는데 워낙여기 저기 하다보니까 더 못한 것이 죄송한 마음뿐이었습니다. 보통 교도소에 들어가면 재범률이 25% 이상이 되는데 아가페 소망교도소는 3% 이하로 낮추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찰스 콜슨과 같은 인물이 한국에서도 아가페 교도소를 통해서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저는 오후 일정 때문에 짧은 교도소 체험을 하고 출소(?)하였습니다. 그런데 무언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독방에 가서 더 깊이 성경보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은데 너무 많은사람이 저를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그만큼 아직은 젋지만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도자로 성숙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다 하나님의 은혜고 우리 성도들의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담임목사 소 강 석

시인, 목회학박사

칼빈대 석좌교수, 국민일보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