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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규시장 칼럼] 봄 기다리는 마음

우리는 봄이 왔어도 오지 않은 것 같다는 말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한다.계절만 봄이 왔다고 봄을 맞는 것은 아니다. 내 마음이 꽁꽁 얼어붙어 있으면 그것은 봄이 온 것이 아니다.

 

 

 비탄과 절망에 휩싸여 있으면 그것은 봄이 온 것이 아니다. 우리의 마음이 상대를 증오하는 감정에 휩싸여 있을 때 화해의 봄은 먼 것이다. 그러고 보면 봄은 계절과 내 마음 즉, 안팎이 일치될 때 참다운 봄이 오는 것 같다. 결국 진정한 봄은 우리 마음가짐에 달린 것이 아닐까...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오면 우리는 옷깃을 잔뜩 여미게 된다. 따뜻한 봄바람은 옷깃을 풀어 헤지게 한다. 대인 관계의 봄도 내 마음을 먼저 열어야 상대방 마음도 열리게 된다. 그것은 상대방을 존중하며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기본 바탕이 되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마음속으로는 상대방을 부정하거나 멸시하면서 겉으로만 웃는 표정을 짓는 것은 가식과 위선이며 상대가 금새 알아차려 상대방을 경계하여 마음의 문을 닫게된다.동해안에 때 아닌 폭설이 내려 교통이 마비되고 마을과 도시가 고립되어 주민의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닌것 같다.

 

 

이래 저래 올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내리고 구제역까지 겹쳐 고통 많은 중생들이 사는 '사바세계'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펼쳐 보이고 있다.

 

 그래도 어김없이 봄은 오고 있다. 입춘이 지나니 햇볕 속에 봄의 기운이 느껴진다. 꽁꽁 얼은 계곡의 얼음장 밑으로 졸졸 물이 흐르고 머지않아 대지의 흙 밑에서는 뭇 생명들이 그 모습을 드러 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겨울의 추위속에 봄의 씨앗은 들어있다고 하는 것일 것이다. 역설적으로 표현하면 추운 겨울이 있기에 봄이 있는 것은 아닐까...

 

 

어떤 사람이 봄을 찾아 들판을 헤매다 못 찾고 집에 돌아와 보니 뜰 앞 매화나무 가지에 매화 꽃봉오리가 맺혀있는 것을 보고 '아하!
집에 봄이 와 있는 것을 모르고 공연히 봄을 찾느라 바쁘게 들판을 헤메였구나...' 하고 한탄하였다 한다.

 

 

다음은 다산(茶山) 정 약용 선생의 '붉은 매화'라는 시(詩)다.

 

 대나무 숲 속에 고요한 집이 있어(窈窕竹裏館)


 한 그루 매화가 창 앞에 피었어라.(窓前一樹梅)


 꼿꼿한 모습으로 눈`서리 견디면서(亭亭耐霜雪)


 맑고 그윽하게 티끌`먼지 벗어났어라.(澹澹出塵埃)


 아무 생각 없는 듯이 한 해를 보내더니(歲去如無意)


 봄이 오자 저절로 활짝 꽃을 피웠어라.(春來好自開)


 그윽한 향내가 참으로 속세를 떠났으니(暗香眞絶俗)


 붉은 꽃잎만 사랑스러운 건 아니어라.(非獨愛紅시)

 

 

매화는 추위를 견디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 잎이 나오기 전에 꽃부터 피워 진한 향을 풍긴다. 그래서 아무리 곤궁해도 불의와는 타협하지 않는 기개와 지조를 굳게 지키는 선비의 인격을 상징한다. 꽃의 향기는 멀리 못가지만 인격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천리를 간다고 했다.

 

 

봄은 만물을 소생시킨다. 모든 생명을 길러내는 덕을 지니고 있다.
봄은 대지위에 파릇 파릇 새 싻을 돋아나게 한다. 모든 고통받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희망의 연두색 푸른 싻을 틔우는 봄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라와 민족에도, 우리시에도 모든 갈등과 어려운 문제들이 봄 눈 녹듯이 스러지고 남`북간의 화해와 게층간의 갈등도 없어져 진정 우리 모두에게 희망의 봄이 오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