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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규시장칼럼] 영등할매

우리의 마음과 국운을 밝게 비추는 등불을 밝히는 것이 어떨까...!

오늘은 2월 초하루이다. 세시풍속이 음력 절기를 중심으로 짜여져 있기에 양력에 익숙한 현대인들은 우리 조상이 절기에 따라 어떤 내용의 세시풍속을 지냈는지 알 필요가 있고 전통 민속문화 보전에도 의미가 있다.


 

'정월 초하루에는 나무하러 가도 2월 초하루에 나무하러 가면 안 된다' 라는 말이 있다. 이 속설은 음력 2월의 세시풍속에 어두운 우리에게 그 첫날의 특별함을 말해주고 있다. 추위가 어느 정도 물러난 2월은 한해의 농사가 시작되는 달이기에 <동국세시기>에 2월 초하루를 '머슴날'이라 하여 일꾼들을 배불리 먹인다고 하였다.

 

 

▲ 영등놀이

이날 머슴의 나이 수대로 먹이는 송편은 보름 전에 세워두었던 볏가릿대를 허물고 얻은 벼이삭을 떨어서 만든 것이다. 이날은 거실 안팎을 정갈하게 치우고 구석 구석 깊은 곳까지 비질을 하여 깨끗이 쓸어낸다.

 

 


초하루에 나무를 하지 않는 것은 일꾼들을 쉬게 한다는 뜻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날 외지에서 마을로 찾아드는 신의 노여움을 사지 않기 위한 뜻이 더 크다. 농사와 어업을 관장하는 이 신의 이름은 지역마다 매우 다양하며 주로 '영등신`영등 할미'라 부른다. 그런데 몹시 까다로운 신이기 때문에 심사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신이 내려오는 날 바깥 출입을 금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보름이나 한 달간 머물다 간다고 보아 2월 내내 조심하기도 한다.

 


이 할머니 신을 둘러싼 속설도 풍성하다. 우선 세상에 내려올 때 딸이나 며느리를 함께 데리고 온다는 점이다. 딸을 데리고 올 때는 바람이 불고 며느리를 데리고 오면 비가 오는데, 바람이 불면 그해 농사가 흉년이 들고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고 보았다. 따라서 둘 중 누구를 데리고 오느냐에 따라 농사를 점칠 수 있는데, 이 때 딸이 아닌 며느리일 때 풍년이 든다고 한 점에 주목하게 된다.

 

 

우선 영등할미가 딸을 데리고 올 때 바람이 부는 것은 딸의 분홍치마가 보기 좋게 나무끼도록 하기 위함이고, 며느리를 데리고 올 때 비가 오는 것은 며느리의 치마가 비에 젖어 볼품없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영등할미의 심술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농민들은 며느리를 데리고 와서 비가 오고 풍년이 들기를 바라지만, 실제 영등할미는 고부관계인 며느리보다 딸을 잘 데리고 다닐 것이기에 바람이 불고 흉년이 들 가능성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2월의 내방신(來訪神)을 둘러싸고 옛 사람들이 구성해놓은 일련의 스토리텔링을 보노라면 영등할미를 꽤나 까다롭고 심사 사나운 신으로 여겼음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학자들은 영등 할미의 까다로움을 바로 2월은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징검다라 달'이며 길목이지만 기후 변화가 심하여 '2월 바람에 큰 독 깨지고 꽃샘추위에 중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말처럼 어김없이 기습적 추위가 닥친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지난 토요일(9일)과 일요일(10일)의 기온차가 106년만에 20도가 넘는 온도 차이라고 한다. 또한 농사에 필요한 만큼 비가 오지 않는 반면 바람이 심해 고기잡이 또한 지장이 많다고 한다.

 


'열양세시기'에 보면 조선조 시대에 조정(정부)에서는 음력2월에는 24절기 중 춘분(春分)이 들어 있어 농민들이 춘분 전후로 보리와 밀을 심고 나면 관찰사와 유수는 각기 비가 충분히 왔는지 살피고 자기 관할의 농사 형편을 임금께 아뢴다. 대궐과 관상감, 승정원, 전국의 감영에서는 각기 '측우기'를 설치한다'라고 하는 기록이 나온다.


본격적인 생업을 시작하는 시기이지만 자연 환경이 순조롭지 못한 2월, 따라서 풍농과 풍어를 기약해줄 신이 필요했고, 철마다 찾아오는 내방신이기에 계절의 특성을 반영하여 해학적으로 풀어 나갔던 것같다.

 

영등신을 맞이할 때면 집집마다 장대를 세워 등을 밝히면서 영등할미를 제석할미라기도 하며 2월을 영등달 `제석달이라고도 불렀던 것이다. 불을 밝혀 신적 존재를 모시는 일, 그리고 어둠을 깨고 마음을 여는 일은 모두 하나로 통하는 것이기에 영등은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도 늘 국민 전체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2월 초하루는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된다는 의미로서 꼭 농사나 어업이 아니더라도 현대적 해석을 한다면 모든 직장에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금년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노동을 제공하는 근로인(人)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날로 직장 구성원을 존중하고 위로하는 의미있는 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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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체의 사장은 직원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날로 해석하면 될 것같다. 기업체 뿐만 아니라 조직의 장(長)은 구성원의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고민하는 날로 생각하면 될 것같다.

 


그런데 지금 우리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자!
같은 민족끼리 북한은 핵실험을 통해 전 세계와 대한민국을 향하여 전쟁 공포를 조성하며 협박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내부의 사정은 어떤가...? 정당과 정당, 계층과 계층간, 부의 양극화, 세대와 세대간 갈등과 대립 등 너무 심하지 않은가...?!

 


풍년과 풍어도 좋지만 집집 마다 '영등'을 달아 민족은 고사하고 대한민국의 대통합과 융성을 가로막는 어둠을 깨뜨려 우리의 마음과 국운을 밝게 비추는 등불을 밝히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