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긴 우주의 어느 시간을 여행하다 돌아온 듯하다. 다른 세상, 다른 느낌. 어쩌면 찰나와도 같은 시간에 이렇게 긴 느낌을 가질 수 있을까?” - 에디터 안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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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김천시 부항면에 있는 부항댐은 2002년 태풍 '루사'의 영향으로 많은 피해를 입은 후, 이상홍수로 인한 피해를 항구적으로 예방하고자 만들어 하천하류 지역의 수질개선과 댐의 관광지화로 지역사회 발전에도 이바지 하고 있다.
부항댐에 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삼산이수관' 이라고 불리는 물문화관이다. 예로부터 김천은 삼산이수의 고장이라 불렸는데, 삼산은 황악산, 금오산, 대덕산이며 이수는 감천과 직지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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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문화관에는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이 있고 부항호의 아름다운 전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특히 이곳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생명의 둥지' 조형물은 알을 품은 둥지를 형상화 한 것이라고 한다. 나는 처음에 이것을 물방울 모양으로 보았다.
부항댐을 따라 둘레길을 걸으면서 부항댐의 아름다운 풍경은 사진을 찍게 하고, 하염없이 걷고 싶게 만드는 길이었다. 댐 전체 주변을 돌아가며 사람들이 걸을 수 있는 데크를 만들어서 편안하게 산책하며 물길을 따라 시원한 바람과 공기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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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걷다 보면 무지개색의 타워가 우리를 반긴다. 최근 개장한 레인보우 짚와이어는 국내 최고 높이의 인공구조물을 댐 양쪽에 설치하여 댐 수면 위를 날아가는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 타워는 높이가 88m와 94m이며, 타워 꼭대기에서 짚와이어를 타고 댐 수면 위를 왕복하면 무려 1.7km(편도 889m)로 국내 최장거리가 된다.
집라인 출발라인에 들어서자 가슴이 콩닥거리기 시작한다. 잘 할 수 있을거야! 안전요원들이 트롤리(도르레)를 와이어에 매달고, 다시 한 번 점검을 한다. "출발 준비되었습니다"라는 무전기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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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이어지는 "쓰리, 투, 원, 출발~~!" 슝~ 하는 소리와 함께 "와~~~악~~" 10초정도 내 귓속으로 괴성이 들어온다. 그리고 이내 새처럼 하늘을 날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세상은 잠시 어디론가 사라진 듯 고요하다.
정신을 차리자 발 아래로 펼쳐진 부항댐의 푸른 물결이 눈에 들어오고, 저 멀리로는 얕은 산들의 모습과 아름다운 다리의 모양도 보인다. 그때 산들바람이 볼에 느껴지며 몸이 한쪽으로 자꾸만 돌아간다. 본능적으로 반대방향의 손을 펼치자 몸이 다시 돌아온다. 손을 내리자 또 돌아간다. '바람의 힘인지? 내 몸이 중심이 흐트러진 건지' 그 와중에 별생각을 다 한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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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손을 내밀고, 돌아오고... 동력 없이 중력의 힘으로만 타는 짚와이어. 착륙지점까지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다시 사람들과 합류한다. 마치 긴 우주의 어느 시간을 여행하다 돌아온 듯하다. 다른 세상, 다른 느낌. 어쩌면 찰나와도 같은 짧은 시간에 이렇게 긴 느낌을 가질 수 있을까? 새로운 매력의 스포츠임에 분명하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타워를 오른다.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왕복하는 코스라 더 재미있다. 두 번째 탈 때는 여유도 좀 생겼다. 바람도 무섭지 않고, 스릴도 즐길 준비가 되었다. 두 번째 탈 때는 수면 위 중간쯤 왔을 때 양팔을 벌려 새처럼 날아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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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잠시 명상도 하며... 한번 소리 지른다고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지는 않겠지만 심장의 속도가 빨라진 만큼 세상이 아름다워진 것은 분명하다. 짜릿한 체험 후에 다가오는 삶의 의미는 확실히 다르다.
그리고 이곳에는 또 하나의 핫 트렌드 '스카이 워크'가 있다. 스카이 워크는 레인보우 타워 상부(85m지점)에 설치하여 전망대 외부를 걸어서 한 바퀴 도는 체험시설이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완전개방형으로 안전펜스 없이 하네스라는 안전복을 착용하고, 안전줄에만 의존하여 걷는 스릴만점의 체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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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요원이 안전줄을 걸어주고 확인 후, 본인이 줄을 당겨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서로의 앞, 뒤 사람이 다시 한 번 확인하는 3중 시스템으로 안전을 가장 중요시한다.
이렇게 준비가 완료되자 문이 열리고 출발! 몇 걸음 걷자 산 아래로 펼쳐진 마을이 보인다. 옥소동. 마치 선녀가 내려와 머리를 풀고 빗질하는 모양이라고 하는데, 설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고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제대로 바라 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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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철판구간을 지나면서 하늘을 걷는 기분에 적응을 하고 나면 바닥에 구멍이 뚫린 구간이 나온다. 그곳을 지날 때면 아래에서 바람이 확 올라온다. 위, 아래 철판 하나를 두고 내 몸이 공중에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 다음은 강화 유리 구간. 유리를 통해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하다.
유리 구간에서는 미션이 주어진다. 일명 인생샷 만들기. 줄의 팽팽한 긴장감과 균형을 맞추어 양팔 벌리고 뒤로 눕기. 평소 모험을 즐기는 김규호 사진작가는 한 번에 성공했다. 그런데 나는 돌아서기는 했는데, 몸이 뒤로 눕혀지지가 않는다. 몸 따로 마음 따로, 그런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은 벌써 양팔을 벌리고 있는데, 줄을 놓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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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한발 공중으로 뻗기. 이건 안전요원이 방법을 알려주는 대로 따라 하니 나 같은 초보도 할 수 있었다. 물론 발이 잘 안 떨어지기는 했다. 마음은 다리를 들어야지 하는데 몸은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러나 용기를 내서 발을 밖으로 ~ 성공했다. 한 쪽 손이라도 잡고 있는 것이 있으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그러나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예전 호주 시드니에서 하버브릿지 위를 걸으며 석양을 바라보았던 적이 있다.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흔들리는 몸을 서로의 줄에 의지해 견디며 바라본 노을은 감동이었다. 그리고 이름도 국적도 모르는 그들과 하나 되는 신비한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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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서로를 의지하는 마음이 뭉클하게 생기며 믿음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우리나라에도 이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비록 석양은 아니었지만 충분이 인상적이고 흥분되었다. 다음에는 석양시간에 한번 올라봐야겠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1m점프구간이 있다. 이곳은 그냥 뻥 뚫려 있다. 달려와서 점프로 뛰어넘는 구간이다. 이렇게 체험을 하며 한 바퀴 돌면서 모험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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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무서우신 분들은 내부에 있는 전망대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 할 수 있다.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산, 내, 들의 풍경을 시야가 뚫린 타워에서 바라보면 마음속까지도 뻥 뚫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출렁다리가 보이는데, 이 다리는 현재 건설 중이며 250m로 국내 최장의 현수교이다.
레인보우 짚와이어 주변에는 산내들 오토갬핑장과, 글램핑, 카약체험, 물놀이등을 할 수 있는 어드벤처파크도 있다. 또한 생태체험공원과 워터파크도 조성중이다. 물과 자연, 생태가 숨쉬는 청정부항에는 도시인들의 스트레스 해소 장소로 힐링 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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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길 : 경상북도 김천시 부항면 부항댐길 352번지, 레인보우 짚와이어 예약 전화는 054-439-5030, 5031로 하면 된다.